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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왜 마음 공부를 해야 해요? 원격 수업중 꼬맹이들의 기습질문은 늘 당황스럽다. 내공과 여유가 쌓이면 나아지겠지. 1학기 수업 준비를 하면서 마음과 관련된, 관심을 두고 있는 소수성, 차이 등과 관련한 글을 검색하다 한참 흥미롭게 글을 읽다가  더이상 생을 살지 않는 사람의 블로그임을 알았다면?

자살로 생을 마감한 한 성소수자의 블로그였다. "이번에 제 책이 나왔어요" 라는 제목의 글을 클릭했는데, 자살 뉴스에 마음이 너무 아팠던 한 전직교사의 자신의 책 광고 글이었다. 생을 마감했지만 이렇게 인터넷 공간에서 그/녀의 글은 숨을 쉬고 있었다. 갑자기 마음이 철렁했다. 글을 읽는건 글쓴이와의 대화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누군가이 이야기를 들으며, 대화를 한참 했는데 그 사람이 죽은 사람이었을 때의 당혹감이란. 

죽음은 미리 생각해 보지 않으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화제는 아니다. 죽음이란 단어는 단어 자체가 숨을 쉬는 것 같다. 단어만 들어도 심장이 가프게 뛴다. 대부분 죽음은 두렵고 피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사람들은 더이상 모질지 않게 된다. 당신에게 하루의 시간이 남았어요. 일주일의 시간이 남았어야 어떤 하루, 일주일을 살고 싶은가요. 했을 때 그 날들은 대부분이 착한 날들을 계획한다.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거예요. 평범한 일상을 보낼거예요. 못다한 이야기를 전할거예요. 그 누구도 그 원수같은 사람에게 복수를 할거예요, 악착같이 뭔가를 할 거예요 라고 답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죽음은 그런 단어이다. 생각하면 짠하고 마음이 저며오는. 

그런데 자살을 택한 그 블로그의 주인공은 죽음 앞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죽기 전까지 이렇게 글을 쓰고, 세상을 바꾸고 자신을 긍정했던 사람이 자살을 결심하기까지 어떤 마음의 역동이 있었을까. 마음이 너무 아프다. 더이상 생을 살지 않는 사람의 블로그의 글들을 읽으면서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짧지만 그/녀의 시간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동안 정말 애썼고, 잘 살아온 분이구나를 느낄 수가 있어서 블로그가 열려있는게 감사했다. 내가 이 땅에 없어져도 블로그는 남을 수 있다는 것. 내 글에 책임을 가져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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