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소가 무혐의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은 수많은 유명연애인들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었을 때, 대부분의 언론을 통해 접하는 수사 결과들을 보고 이미 알았다. 그래서 불기소처분에 늘 분노했었지. 잠깐!불기소처분이란 고소나 고발된 범죄 요의자에 대해 수사를 한 검사가 용의자를 재판정에 세우기 위한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과정을 말한다. 여기에는 기소유예처분, 기소중지처분, 공소권없없음처분, 무혐의 처분, 죄가 안됨 처분, 공소보류 처분이 다 불기소처분이라는. 뉴스에서 불기소처분 판결이 낫다고 해서 그 가해자가 범죄가 아니었다는 건 아니라는 것. 늘 의심의 끈을 놓지 않고 뉴스를 보고, 세상을 보는 습관이 생겼지. 이렇게 성범죄에 대해서는 그어떤 범죄보다 분노가 올라오는 건,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취약한..
비덩주의 고기를 먹지 않은지는 횃수로 15년이 훌쩍 넘었다. 대학 때 생태주의 소모임의 옆방에서 세미나를 하면서, 가끔 연합 모임을 같기도 했었다. 그 때 만난 생태주의 사람들의 별칭은 두부, 콩, 마당, 나무와 같은 자연의 것이었고 그들의 성품은 딱 이름 같았다. 굳이 따지자면 식물식물하는 그들이었다. 내가 할 수 잆는 최소한의 도덕적실천을 위해 난 고기를 먹지 않기로 결심했고, 그 때 "프랑케슈타인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 "소뱍한 밥상" 등의 책을 읽고 어렵지 않게 고기를 끊게 되었다. 회사에 들어오고 빈혈이 심해 소고기를 먹으라는 처방을 받으면서, 일시적으로 고기를 먹던 때도 있었으니 구획을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채식한다고 이야기 하지 말라며 큰 소시로 떠들고 (누구의 인정과 허락이 필요한냥) ..
중간관리자가 되고 가장 어려운 것이 명확하게 지시하고 깔끔하게 대답하는 일이었다. 명확하게 지시하지 못하는 데에는 내가 이 업무의 프로세스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올 해 새로운 업무를 시작했다 그런데 중간관리자이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타인에게 무언가를 시키는 행위에 대한 훈련 부족. 다양한 이해관계자 (나의 상사, 타팀의 팀장, 외부 업체 사람들 과 같이)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팀원들의 욕구는 명확하게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난 지금 유레카처럼 떠올랐다. 누구나에게 강점이 되는 힘力이 있다. 이걸 나는 스트레스가 될 지언정 잘 견딜 수 있는 데에 반해 우리 팀원들은 그 힘이 부족한 거였다. 나만 이 병신감와 열등감에서 허우적 거릴 필요가 없는 거..
개발에 대한 강의를 들을 때마다,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그럴수록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아가는 것 같다. 아무도 이야기해 주지 않는 일의 목적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처음 국제 개발 업무에 도전을 하게 되었을 때, 마치 선거 후보자들의 유세발언과 같이, 나는 스스로에게 나는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지를 물었다. 후보자들은 “표”가 필요하니까 그럴듯한 말이 필요했겠지만, 나에게도 지금 이 나이에 업무를 바꾸려고 하는 이유에 대한 설득력 있는 명분이 필요했다. 가장 소수자 중의 소수자, 가장 취약한(deprives/excluded/vulnerable: DEV) 사람들을 떠 올리다 보니 저개발국의 여성/아동이었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차별 없는 세상과 행..
2018년 국제개발 업무를 새롭게 시작하고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기관이었다. 다들 KCOC, KOICA... 이야기 하는데 나만 너무 모르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이제 나 국제개발 해요! 라고 내 소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벼르던 교육이었는데, 회사 일이 겹쳐 여럿의 민폐를 등에 업고 갔었다. 교육 하나 제대로 받기 힘든 처지지만, 10년차 넘은 과장급의 사원에 새로운 업무로의 전환은 조직이 준 기회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너무 많은 많은 도전과 숙제가 산재해 있지만. 코이카는 판교역에서 교육생들을 위해 대절해 준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에 있었다.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대신 너무나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이틀이었지만 교육을 받으면서 매일 여기서 산책할 수 있다면, 여기에..
센서등 교환하기 이사 후 가장 힘들었던 것이 이사후 집에 사람은 없는데, 전기 수도 수리로 철물점 사람을 들일 때였다. 내 불편함으로 내가 요청하여 내 돈 지불하고 불렀지만, 그 시간동안 나이든 아저씨의 재미없는 농담을 받아주고, 정해지지 않은 비용을 흥정해야 할 일을 염두에 두고 나쁜 인상은 주지 않으려 했던 감정노동의 순간들, 사람도 오래되면 하나둘 고장나듯 이 동네에서 계약기간 동안 살면서 또 이 철물점을 이용하지 않겠냐며 나중에 밥 사주겠다는 아저씨까지. 그 때 난 전기 기술을 배울까를 생각했었다. 이사 직후 교체했던 센서등의 철물점 아저씨를 다시 부르면서, 이번엔 굳이 친절하지 않아야지 마음 먹었었다. 그렇게 새로 알게 된 사실, 전기의 경우 무상보증기간이 6개월인 것! 출장비는 고무줄 같다는 ..